르 블랑 칸쿤 세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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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 르블랑, 셋이서 왔다가 둘이서 남다

아침 8시 반, 우리는 셋이서 부페 식당에 모였다. 칸쿤의 밝은 햇살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고, 신선한 과일과 따뜻한 요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아들이 떠나는 날이었지만, 아침 식사는 평소처럼 여유롭고 따뜻했다. 세 식구가 둘러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아들은 “방에서 회사 일 좀 해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둘이서 피클볼 코트로 향했다. 아침 햇살 아래 라켓을 주고받으며 30분 정도 땀을 흘렸다. 재미있게 치고 나서 바로 풀장으로 이동해 물속에서 1시간 정도 여유롭게 놀았다. 칸쿤의 시원한 바다 바람과 따뜻한 물이 어우러지니, 이게 진짜 휴가라는 실감이 났다.

풀장에서 올라온 뒤 아들은 이미 체크아웃을 마치고 낮 12시에 짐을 우리 방으로 가져다 놓은 상태였다. 셔틀은 오후 1시 30분에 예약되어 있었다. 우리는 우리 방에서 잠시 쉬다가 함께 부페 식당으로 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호텔 로비에서 셔틀을 기다리고 있을 때 르블랑 직원이 다가왔다. 아들이 출발할 시간을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특별 바우처를 소개해 드릴게요”라고 말을 꺼냈다. $299에 2년 동안 유효하고, 호텔비를 반값에 이용할 수 있으며 트랜스퍼도 가능하다는 제안이었다.

숫자만 보면 꽤 매력적인 딜이었다. 특히 아내는 “이 호텔 정말 마음에 든다. 또 오고 싶어”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들이 셔틀을 기다리는 급한 타이밍이라 우리는 바우처 이야기를 가볍게 듣고 넘겼다.

로비에서 셔틀이 도착하자 아들이 짐을 들고 올라탔다. 우리는 아들이 자리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조심히 가라”, “집에 도착하면 꼭 연락해”라는 평범한 인사가 이번에는 유독 마음에 남았다. 셔틀이 천천히 호텔 드라이브웨이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로비 창가에서 끝까지 바라보았다.

셔틀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우리는 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아들을 보낸 뒤 우리는 다시 풀장으로 향했다. 아무 계획 없이 물에 몸을 맡기고, 카리브해의 맑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오후였다. 말수가 적어졌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편안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아내와 단둘만의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저녁은 미리 예약해둔 스테이크 레스토랑 Blanc에서 먹었다. 낮에는 부페로 쓰이던 공간이 저녁이 되자 조명이 은은해지며 로맨틱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먼저 시저스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런데 직원이 식탁 옆으로 다가와 직접 드레싱을 만들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계란을 깨려는 순간, 우리는 “계란은 넣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직원이 다른 스타일의 드레싱을 만들려 했던 것 같았는데, 계란을 빼고 만든 드레싱이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수프도 훌륭했다. 나는 호박 수프를, 아내는 다른 수프를 시켰는데 둘 다 따뜻하고 맛있었다.

메인 코스로 아내는 Catch of the day를 주문했는데, Sea Bass가 나왔다. 아내는 “생선이 별로 맛이 없다”고 살짝 실망한 기색이었다. 나는 Top Sirloin 스테이크를 시키고, 사이드 디시를 세 가지나 추가했는데, 각각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결국 음식을 너무 많이 시켜서 메인까지 먹고 나니 디저트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디저트는 다음에 먹자.”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화도 시킬 겸 해변으로 나갔다. 밤바다는 따뜻했고, 파도 소리가 규칙적으로 밀려왔다. 모래사장을 천천히 걸으며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은 떠났고, 우리는 칸쿤의 따뜻한 밤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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